인기 애니메이션 ‘슈렉’과 ‘쿵푸팬더’를 제작한 드림웍스는 지난달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스튜디오 미르’와 TV 애니매이션을 함께 만들기로 계약했다. 스튜디오 미르는 4년간 드림웍스와 대등한 위치에서 공동으로 기획하고 제작까지 총괄하게 된다.
이달 17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회사 사무실에서 만난 유재명 스튜디오 미르 대표 겸 총감독은 “대부분 계약이 기획과 스토리 구성 등 핵심 작업에 참여하지 않고 그림만 그리는 하청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한국의 기획력과 제작 능력을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기업이 인정한 사례”라고 말했다. 일본의 유명 애니매이션 제작사 지브리스튜디오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뽀로로도 넘지 못한 미국 애니메이션 시장이 또 한번 한국의 작은 애니메이션 제작자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 ▲ 유재명 스튜디오 미르 대표가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튜디오 미르 제공
유 대표는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이 하청 위주로 운영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래서 “만일 이번 계약이 그림만 그리고 기획이나 스토리 구성에서 배제됐다면 계약서에 사인할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스튜디오 미르와 드림웍스는 2018년까지 장편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공동 제작한다. 횟수만 모두 78편에 이르는 대작. 작품의 내용과 방영시기는 이르면 11월 드림웍스가 공개할 예정이다. 스튜디오 미르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계약액은 최소 20억원 이상으로,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해외 제작사와 체결한 계약액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추산된다.
현재 스튜디오 미르에는 약 7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그림을 그리는 디자이너는 10명 정도로, 대형 프로젝트를 맡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일자리가 여전히 적고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보니 일손이 늘 부족하다. 유 대표는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함께 일할 동료를 찾는게 훨씬 어렵다”며 “이번 계약이 이뤄지면서 국내에도 좋은 일터가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게 돼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 ▲ 스튜디오 미르가 제작한 미국 인기 애니메이션 '코라의 전설' /코라의 전설 홈페이지 캡처
스튜디오 미르는 국내보다 해외에 더 많이 알려졌다. ‘코라의 전설’은 미국에서 누적 시청자수가 8300만명을 기록했다. 코라의 전설은 물, 불, 흙, 공기 에너지를 자유자재로 통제할 수 있는 4대 종족의 영웅담을 그린 판타지 애니메이션. 지금까지 세계 120개국에 방송됐고 현재 시즌4까지 방영되고 있다.
유 대표는 “한국은 그림의 기본기부터 콘텐츠 기획과 스토리 구성, 제작 등 애니메이션 제작을 만들기 위한 모든 조건을 가지고 있다”며 “코라의 전설을 봤듯 애니메이션 부문에서도 한류(韓流)붐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튜디오 미르는 최근 인기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만든 미국 라이엇게임즈와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 2013’ 대회에서 참가 선수를 소개한 특별 애니메이션 영상을 제작했다. 유 대표는 “미국에서 방영된 코라의 전설을 본 라이엇게임즈 임원이 팬이라고 찾아왔고, 큰 대회에서 보여줄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며 “애니메이션이 상영된 이후 반응은 폭발적이었으며, 국내외에 스튜디오 미르를 알릴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화려한 그래픽과 격렬한 무술장면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이 영상은 세계 3200만명이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동영상사이트 유튜브에서 527만건이나 조회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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