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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창작 소식!/만화영화

애니메이션 불법 유통과의 전쟁 정부가 못하면 직접 나서겠다

“애니메이션산업은 저작권을 보호받지 못하면 성장할 수 없다”고 정동훈(38) 대원미디어 부사장은 말했다. 정동훈 부사장은 지난 11월 7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길에 있는 대원미디어 본사에서 주간조선과 만나 “불법 콘텐츠 유통시장 단속과 저작권 보호에 정부가 뒷짐을 진다면 직접 불법 유통업체들과의 전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원미디어는 애니메이션, 출판(만화), 저작권 중계, 만화 캐릭터 및 연극, 방송 등을 통해 한 해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업계 1위 기업. 정 부사장은 1973년 대원미디어를 창업한 정욱 회장의 외아들로, 애니메이션 저작물 유통업체 ‘오늘닷컴’을 창업한 바 있다.
   
   대원미디어의 주력 상품인 애니메이션은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 애니메이션 영화 ‘뽀로로’ 시사회에 참석해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문화콘텐츠산업은 큰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새로운 주력산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같이 언명했음에도 미래창조과학부 등 관련 부처는 애니메이션산업 육성을 위한 기초 토양마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불법 애니메이션 복제물을 유통하는 웹하드와 P2P업체들로 인해 성장은커녕 제작비용도 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 제작사도 제작 및 유통과정에 투입된 자금을 회수하고 수익을 남겨야만 기업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은 영화나 음악과 달리 광범위한 불법유통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로 인해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대부분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불법 유통업체들과 싸워온 애니메이션 업체들의 고충을 이렇게 설명했다. “애니메이션을 불법으로 유통하는 대형 웹하드업체들과 달리 우리는 정상적으로 저작권료를 주고 애니메이션을 유통하는 ‘오늘닷컴’을 만들었다. 그러나 대형 웹하드업체들이 저가로 영상물을 계속 공급하고 있어 오늘닷컴은 곧 한계에 부딪혔다. 소비자들은 기존 웹하드업체에서 싼값에 영상을 다운받는 데 익숙했다.”
   
   대원미디어 측은 그동안 정부와 국회에 애니메이션의 불법유통 구조를 개선해 달라는 요청을 계속해왔다. 정부의 단속은 연례행사처럼 1년에 1차례 정도 진행됐을 뿐 발본색원하지 못했다. 한 해 수백억원대 수익을 올리는 웹하드업체들의 조직적 대응도 불법유통을 차단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최대 피해자인 대원미디어 측이 웹하드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기로 하고 국내 최대 규모의 영상물 유통업체인 위디스크와 파일로리에 대해 지난 7월 고소장을 제출했다.
   
   웹하드업체와 P2P업체들이 불법으로 유통시키는 애니메이션의 시장 규모는 한 해 5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60% 이상은 대원미디어가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거나 해외 제작사로부터 저작권을 위임받은 애니메이션이라고 한다. 대원미디어는 ‘영심이’ ‘독고탁’ ‘달려라 하니’ ‘곤’ ‘눈보리’ 등 국내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왔다. 1980년대 후반 비공식 집계로 500만명의 관객을 끌어 모은 심형래 주연의 ‘영구와 땡칠이’도 대원미디어가 제작했다. 최근에는 3D 애니메이션인 ‘곤2’를 내놓으며 3D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에서 저작권을 확보한 ‘슬램덩크’ ‘이웃집 토토로’ ‘짱구는 못말려’ ‘파워레인저’ ‘드래곤볼’ ‘유희왕’ ‘원피스’ 등의 국내 유통을 담당해 왔다. 대원미디어는 웹하드나 P2P업체가 불법으로 유통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70% 정도의 저작권을 갖고 있다. 이처럼 국내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기업이다보니, 불법유통에 따른 피해도 클 수밖에 없다.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동안 불법 복제물로 인해 합법 저작물 시장이 침해받은 시장 규모는 약 2조4000억원대다. 과거 불법 복제물은 음악과 영화가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유·아동 시장이 확대되면서 애니메이션을 불법 유통하는 경향이 강해져 관련 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영화와 음악은 CJ 등 대기업이 제작 및 유통을 주도하기 때문에 과거처럼 불법다운로드를 하면 저작권법의 엄격한 처벌을 받는다. 드라마는 방송사가 주로 저작권 권한을 갖고 있어서 웹하드나 P2P업체들이 불법으로 콘텐츠를 유통시킬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은 상황이 다르다. 그동안 사실상 방치돼 왔고 업체들은 자금력이 부족하다.”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며 성공을 거둔 뽀로로의 경우처럼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의 영세성은 여전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대원미디어는 불법 유통업체와의 이번 전쟁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원미디어 측을 대리해 고소를 진행 중인 득아법률사무소(대표 이수철)에 따르면 2011년 이미 한 차례 검찰의 수사를 받아 영업이 중단됐던 업체의 경우 대표자 명의만 바꿔 다시 불법 영업을 시도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또 불법 웹하드업체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 유명 변호사를 고용하거나 언론에 광고를 내는 등 대응방식도 대담해지고 있다고 한다. 정 부사장의 말이다.
   
   “우리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들과 일일이 파트너십을 맺었고 국내 유통에 있어서 저작권과 단속권을 확보한 상태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업체들로부터 일일이 위임장을 받았고 관련 자료는 검찰에 제출될 예정이다. 정부가 조금만 힘을 보태준다면 그동안 애니메이션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불법 유통업체의 영업을 근절할 수 있다.”
   
   대원미디어는 40년간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어왔다. 일본 기업 특유의 ‘동업자 정신’이 바탕이 돼 지금도 일본 만화업계에서는 대원미디어를 한국의 가장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은 전체의 60% 이상을 일본이, 35%를 미국에서 제작하고 있다. 한국은 뒤를 이어 세계 3위의 애니메이션 제작 및 유통시장이라지만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정 부사장은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이 일본과 미국의 틈바구니를 뚫고 성장하려면 3D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은 아직 2D 애니메이션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휴대폰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기술로 승부할 경우 애니메이션산업도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원미디어는 불법 유통시장과의 전쟁을 치르면서도 위축된 시장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신사업 발굴도 병행하고 있다. 일본에서 성경보다 많이 팔렸다고 하는 만화책 ‘원피스’의 캐릭터를 전시하거나 만화 캐릭터숍을 늘리는 식의 오프라인 사업 확대가 진행 중이다. 대원미디어 측은 현재 ‘배트맨’ ‘수퍼맨’ ‘톰과제리’ 등을 제작한 미국의 워너브라더스와 저작권 이용에 관한 협약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출처: 조선.com